Hot Trends
인접가능성, 혁신은 여기서 온다
2021.08.12


문득 떠올랐나? 주변에서 찾았나?

동그라미를 그려 보세요. 둥근 원 안쪽은 현재입니다. 경계선 바깥은 현재를 둘러싼 가까운 미래의 기술과 아이디어입니다. 바로 인접가능성이죠. 혁신은 이곳에서 일어납니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무선 인터넷, 터치스크린, CPU의 소형화 등 인접가능성이 있었죠. 그렇기에 1997년에는 불가능했지만 2007년에는 아이폰이 나올 수 있었다는 말씀.

혁신은 천재가 문득 유레카 하고 깨닫는 순간 생겨나 새로운 아이디어로 이어진다며 유명한 발명이나 발견에 관한 일화를 널리 퍼트리곤 합니다. 하지만 혁신의 대다수는 인접가능성(adjacent possible)에 대한 탐구에서 생겨납니다.

급격한 도약보다는 점진적인 걸음

인접가능성이라는 개념은 생물의 진화에 관한 복잡성 과학자 스튜어트 카우프만(Stuart Kauffman)의 연구에서 나왔습니다. 카우프만 박사의 이론에 따르면 보다 먼 가능성이나 급격한 도약보다는 작고 점진적인 걸음을 통해서 생물 시스템이 보다 복잡한 시스템으로 변신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작은 행보는 에너지 소모량도 적어서 실천하기가 더 쉽죠. 혁명적 변화가 아니라 점진적 진화입니다. 아니면 요즘 뉴스에 자주 거론되는 표현처럼 일련의 변형 혹은 변종입니다.

경계 탐색, 새로운 연결 형성, 시스템 증강

카우프만 박사의 연구 결과는 복잡한 적응형 시스템에 모두 적용됩니다. 자연에서 발생하는 복잡계뿐 아니라 사람이 만든 도시나 경제, 기술 등에도 적용되죠. 인접가능성은 현행 시스템이 경계선에 해당하는 영역을 탐색하고 새로운 연결을 형성하며 시스템을 증강함으로써 확장할 기회를 제시합니다.

혁신의 원천은 작은 변화와 모방

혁신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술적인 깨달음 혹은 자기 계시를 축하하는 여러 이야기로 넘쳐나지만 사실은 작은 변화와 모방이 가장 빈번한 혁신의 원천입니다. 대다수 혁신가는 인접가능성을 탐구합니다.

저서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에서 스티븐 존슨(Steven Johnson)은 인큐베이터의 기원과 추후 재설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지난 1800년대말 조산으로 예정보다 일찍 태어난 미숙아의 유아 사망률은 60%를 넘었습니다. 휴가를 내고 동물원을 찾은 산부인과 의사 스테판 타니에(Stephane Tarnier)는 갓태어난 병아리들을 따뜻하게 데운 상자에 보관하는 모습에 주목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토대로 타니에는 최초의 인큐베이터를 만들었고 미숙아 유아 사망률은 반으로 줄었습니다. 타니에는 동물원의 기술에 대해 인접가능성을 성공적으로 탐색했죠.

그로부터 100년도 넘게 지나 메사추세츠공대(MIT) 티모시 프레스테로(Timothy Prestero) 교수는 인큐베이터를 새롭게 구상해야만 했습니다. 인도네시아 병원에 기증한 인큐베이터가 모두 고장나 있었기 때문이죠. 복잡한 인큐베이터는 무더운 기후에 맞지 않아 고장이 났고 직원들은 수리 방법을 몰랐습니다. 기존 디자인에서 인접가능성을 탐색하는 대신에 프레스테로 교수의 혁신은 인도네시아 현지인들이 풍부한 전문지식이 있는 자동차 수리 분야에서 시작했습니다.

자동차와 인큐베이터, 병아리

네오너처(NeoNurture)라고 명명한 새로운 디자인은 자동차 전조등(헤드라이트)을 히터로 쓰고 대시보드 팬을 환풍기로, 깜빡이(방향지시등)를 경고등으로, 오토바이 배터리를 전원으로 썼습니다. 인큐베이터 고치는 법을 가르치기보다 인도네시아 병원들은 현지의 풍부한 자동차 정비기사들의 도움을 받으면 됐습니다. 프레스테로 교수는 제품 중심의 디자인 대신 결과 혹은 성과(수리 가능한 인큐베이터) 중심의 디자인을 완성했습니다.

타니에가 인큐베이터를 발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누군가가 병아리를 보호하기 위해 유사한 장치를 발명했다는 사실이 주효했죠. 프레스테로 교수가 네오너처를 발명할 수 있었던 건 타니에가 인큐베이터를 발명했기 때문입니다.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의 말처럼, “내가 멀리 볼 수 있었던 건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 역주:

    이 부분에서 뉴턴과 편지를 주고 받으며 만유인력 법칙에 관해 격한 논쟁을 벌인 로버트 훅이 등장합니다. 심한 언쟁이 오가던 중에 뉴턴은 체구도 작은 훅이 자신의 과학 이론 발전에 아무런 도움도 안되었고 자신은 플라톤이나 코페르니쿠스 같은 거인들의 도움을 받았을 뿐이라는 취지로 키 작은 훅을 꼬집은 셈이죠. 마냥 겸손하지만은 않다는..

인접가능성을 탐색하면서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선다면 여러분도 혁신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